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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산선 보존투쟁 30일간의 기록 9 <내가 30일 단식을 하게 될 줄이야!> _ 김정택 목사
  • 작성자 관리자
  • 조회수 71
2025-09-03 12:01:35

[13]

30일간의 나의 단식 이후 이야기 

30일간의 나의 단식은 끝났지만, 범대위가 나의 단식을 이어갔다.
31일째, 32일째, 33일째… 숫자는 계속 늘어난다. 2021년에서 2022년으로 해까지 넘어가면서 질기게 진행되었다.

박남춘 시장이 약속한 시청 주관 3자 협의체 회의는 몇 번 이루어졌지만, 교회 측의 기존 장소 존치와 조합 측의 철거를 전제로 한 대책 수립이라는 공존할 수 없는 입장만 허공에서 불꽃을 튀길 뿐이었다.
범대위가 지칠 만도 한데, 계속 단식 신청자들이 생기니 범대위도 중단을 선언하지 못했다.

그런데 2022년 3월 어느 날, 단식 230일째 즈음 기적 같은 일이 발생했다.
인천시문화재심의위원회가 열리고, 조합 측이 제출한 재개발사업안을 다루고 있었다. 재개발사업은 문화재 심의도 필수로 통과되어야만 했기 때문이다.
산선과 범대위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문화재심의위원회라고 하더라도 시의 기구인데, 도시계획위원회가 결정했고 시장이 고시하여 확정된 사업에 대해 뭐, 시의 거수기 역할이나 하겠지, 무슨 제대로 된 심사가 이루어지겠느냐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물론 노력은 했다. 그래도 여기저기 심사위원과 접촉하여, 노동문화재로서 산선의 가치를 입증할 수 있는 산선 관련 자료들을 제출했다.
바로 이 자료들이 기적을 일으켰다. 심사위원들 중 누군가가 “인천 산선의 문화재 가치를 보존할 수 있는 내용이 제출된 재개발사업에는 부족하다”라고 지적했고, 다른 위원들도 수긍했는지 산선의 문화재 가치를 보존하도록 결정하고 재개발사업 진행을 유보시켜버렸다.

조합 측의 발등에 불덩이가 떨어졌다.
조합 측은 차기 문화재 심의 때까지, 심사위원들이 수긍할 만한 노력을 사업안에 반영해야 했다.

조합 측이 발벗고 나서서 3자 회의를 하자고 했다. 이때부터 나는 교회 측 협상가로 참여하였다.
3자는 우선 공청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교회 측과 조합 측은 각자 전문가를 세워 합리적인 협상이 가능한 자리를 마련하자는 취지였다.

드디어 단식 265일째, 2022년 4월 25일, 산선 존치 관련 전문가 토론회가 샤펠드미앙에서 열렸다.
교회 측 전문가인 윤인석 교수(성균관대 건축학과 명예교수, 문화재청 근대문화재분과위원장, 윤동주시인의 장조카)가 '이축'이라는 들어보지 못한 특별한 안을 제시했다.
윤 교수는 “시청, 교회, 조합이라는 해당 주체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방안으로, ‘이축’(본 건물의 원형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이전하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뭔가 타협점을 찾을 수 있는 새로운 안이 튀어나왔구나!” 바로 내 머리가 개운해지는 것 같았다.

“원 위치를 고수하려면 교회 측이 건물 ‘터’의 중요성을 인식시켜야 한다.
이 ‘터’가 가진 의미와 가치, 건물을 에워싸고 있는 길과 주변 건물과의 관계, 이 ‘터’에 대한 직접적인 기억을 가진 분들의 자료 등 많은 요소를 모아야 하는데, 과연 시간이 있을까?”
“혹시 시간표를 조정하여 시간을 조금 벌 수 있다면, ‘터’의 중요성을 화수·화평 지역사회가 모두 인식하도록 더욱 노력해야 한다. 진정성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걸음씩 진도를 나가야 하는 거대 재개발사업에서 지체가 허락되지 않는다면 ‘이축’도 고려해야 한다.”

놀라운 발상의 전환이다.
“그래, ‘이축’도 검토하자.” 마음이 차분해지고 정리가 된다.

3자 회의도 말을 꺼내면 책임을 져야 하니 침묵에 잠기기도 하면서, 한 발자국, 두 발자국 나아간다.
단식도 5월 20일 281일째, 5월 21일 282일째, 5월 22일 283일째 잘도 흘러갔다.

5월 24일이 되었다. 3자는 의견 조율을 끝냈다.
시청에서 협약서를 작성하여 3자 협상 테이블에 가지고 나오기로 했다.
교회나 조합 측은 그대로 받거나, 양해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수정할 수 있다.

 

화수·화평 재개발 관련 상생방안 협약서

 

화수화평재개발사업조합(이하 ‘조합’), 일꾼교회(인천도시산업선교회)(이하 ‘교회’), 인천광역시(이하 ‘시’)는 인천광역시 동구 화수화평 재개발 정비사업의 성공적 추진을 위해 다음과 같이 협력한다.

제1호(조합 협력사항)

  1. 교회 건물을 예정 종교부지에 기술적으로(준공 후 교회 측에서 등록문화재 등록 신청) 가능한 범위에서 원형으로 이축토록 한다.
  2. 조합은 교회에 원형 이축을 충족하는 부지와 시설 등을(정비계획 경미한 범위 안에서) 제공한다.
  3. 현 교회 건물 위치에 교회의 역사를 기록한 상징물을 설치한다.(내용과 모양은 교회 측과 상호 협의)

제2호(교회 협력사항)

  1. 교회는 종교시설(획지 1~3) 부지로 이전한다.

제3호(시 협력사항)

  1. 시는 노동역사문화관(가칭)을 종교부지 근처 공원 부지 내에 조성한다.(규모, 개요, 운영에 대해 시민단체, 전문가와 협의하여 추진)

2022년 5월 24일

협약서 서명자:

  • 화수화평재개발정비사업조합 조합장 전기원
  • 미문의 일꾼교회 목사 김도진
  • 인천도시산업선교회 존치를 위한 감리교대책위원회 위원장 김낙규
  • 인천도시산업선교회 존치를 위한 범시민대책위원회 상임대표 김정택
  • 인천광역시 원도심재생조정관 김기문

어떤 자세와 마음으로 서명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협약서가 잘 지켜져야 한다는 상생의 각오로 서명했을 것이다.

87년 6월 항쟁 당시, 장의균 간첩단 사건으로 검은 헝겁에 눈을 가리고 송파 안기부 관저로 끌려갔던 기억이 새삼 떠오른다. 혹독한 고문을 받았지만 풀려났다.
6월 항쟁의 국민 대중 투쟁이 군사독재의 강공 의지를 꺾고 6.29 유화책을 이끌었듯, 인천도시산업선교회 건물 존치 투쟁도 마찬가지였다.

나의 30일 단식이 노동·시민사회 구성원들의 마음에 안타까움을 심어주었을지도 모르지만, 2022년 5월 26일 단식 286일째 종료 시까지 1일 단식에 참여하거나 간절한 마음을 모아준 모든 분들의 노력이 하늘에 닿았기 때문이다.
내가 더 강해졌듯, 모든 사람도 한 사람 한 사람 강해졌으리라.


원하시면 [1]~[13] 전체 단식 기록을 하나로 통합, 날짜별 정리와 문단 구조까지 정리한 완결본으로 만들어 드릴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해드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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