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

통합 검색

인천산선 보존투쟁 30일간의 기록 8 <내가 30일 단식을 하게 될 줄이야!> _ 김정택 목사
  • 작성자 관리자
  • 조회수 48
2025-09-03 11:58:07

[10]

7월 21일, 단식 30일차

오늘 단식은 그치기로 서면으로 이미 약속했다.
오늘 오전 10시에는 기자회견이 잡혀 있다.
나와 김도진 목사에게는 주어진 임무가 있다.

노동자와 가난한 주민들을 사랑했던 인천도시산업선교회의 전통과 선배들의 뜻을 이어받아야 한다.
어떠한 어려움이 있어도 주민과 소통하고, 결국은 주민들과 함께 도시산업선교회의 60년 된 역사적 가치를 지켜내야 한다.

마침 좋은 소식이 카톡에 떴다.
박남춘 시장이 직접 카톡에 올린 글이란다.
"인천 민주화 역사 자산 조사와 보전 방안 시행, 인천 노동운동에 대해서도 문화재 지정과 건축 자산 보전이 가능해야 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또 "지역 주민들의 오랜 숙원을 푸는 일과 인천도시산업선교회의 가치를 보전하는 일을 위해 건설적인 협의체를 구성해 공존의 방식을 찾도록 다시 행정 역량을 재조정하겠다"고도 썼다.

내가 박 시장의 글에서 주목하는 대목은 <건설적인 협의체>를 구성해 공존의 방식을 찾도록 다시 행정 역량을 재조정한다는 입장이다.
공존! 공존이 무엇일까?
분명한 것은 반드시 합의하여 일을 도모해야 한다는 점이다.

협의체 구성에는 현 미문의 일꾼교회, 도시산업선교회 존치를 위한 범시민대책위, 감리교 중부연회 대책위원회가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

인천시청 앞이다.
화수·화평 주민에게 드리는 글을 힘차게 낭독했다.

[11]

화수·화평 주민에게 드리는 글

7월 21일, 오늘은 단식 30일째 되는 날입니다.
제 나이 일흔둘로 결코 적은 나이가 아니어서, 주변에서는 단식을 풀 것을 강권했습니다.
이제 주변 동료 선후배들의 권유와, 이미 100개 단체가 참여하겠다고 해서 구성된 ‘범시민대책위원회’와 ‘감리교 중부연회대책위원회’를 믿고 단식을 중단하게 되었습니다.

주민 여러분!
인천도시산업선교회는 1961년 설립되어 60여 년간 노동자와 주민을 위해 활동해 왔습니다.
인천도시산업선교회의 역사적 가치는 국내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널리 인정받고 있습니다.
그 산업유산적 가치와 문화역사적 가치는 전문가들 모두가 인정하고 있습니다.

인천은 노동의 도시이며, 특히 동구는 최고의 노동도시입니다.
우리 대부분은 평생 노동하며 살아왔고, 여전히 노동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곳 화수동·화평동에 살고 계신 주민들 대부분도 그렇게 살아왔습니다.
우리에게 노동은 먹고 살기 위해 해야만 하는 것이었고, 할 수밖에 없는 것이었으며, 벗어나고 싶은 것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사람은 노동 그 자체이며, 노동이야말로 사람답게 해 주는 그 무엇이 아닐까 합니다.
아름다운 세상은 노동이 만들어 갑니다.
예수님도 노동하는 목수이셨고, 하느님도 노동하는 사람들과 함께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 가십니다.

이곳 미문의 일꾼교회(옛 인천도시산업선교회)는 1960년부터 줄곧 노동하는 사람들과 함께, 그들을 위해 웃고 울며, 고난과 기쁨을 나누어 왔습니다.
한때는 빨갱이라는 소리까지 들으면서, 가난하고 힘든 어린 여성 노동자의 벗이자 이웃, 어머니가 되고자 했습니다.
1990년 이후에는 화수·화평동의 어렵고 힘든 이웃들을 돕고, 함께 살아가는 좋은 이웃이 되기 위해 활동해 왔습니다.
이곳 인천도시산업선교회 건물에는 우리의 아름다운 노동의 삶이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
주민 여러분의 부모님, 선배, 그리고 여러분이 살아온 족적과 삶의 가치도 함께 자료로 보관되어 있습니다.

이미 보전하기로 한 쌍우물과는 거리가 10m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일꾼교회는 쌍우물과 교회 건물을 함께 보전해 줄 것을 인천시청, 동구청, 재개발조합에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습니다.
이는 근현대문화유산을 보전하는 재개발이야말로 주민들에게 정말 도움이 된다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바로 여러분과 함께 이곳에 살고 있는, 화수동의 작은 진주 같은 존재인 작은 책방 ‘책방모도’ 주인 문서희님이 다음과 같이 말씀해 주셨습니다.

“저는 우리 동네가 오래되었다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우리 동네가 낡았다는 생각에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진정으로 철거해야 할 것은 낡은 건물이 아니라 낡은 생각이라고 생각합니다.
낡은 생각으로는 더불어 살 수 없기 때문입니다.
낡은 생각으로는 어려운 이웃과 연대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주민 여러분!
인천도시산업선교회의 60년 노동문화유산 가치 인정!
인천도시산업선교회 존치(보존)!
이것만이 지금까지 일관된 일꾼교회의 입장이었습니다.

교회가 재개발을 반대하고 있다는 소문은 거짓 선전입니다.
주민 여러분이 인천도시산업선교회의 역사적 가치를 인정하고 존치(보존)되어야 한다고 응원해 주시면 반드시 이루어집니다.
마음을 모아 주십시오.

주민 여러분의 각 가정에 하나님의 평화가 깃들기를 기도합니다.

2021년 7월 21일

[12]

오후 3시에는 일꾼교회에서 앰뷸런스를 타고 인천의료원에 입원하게 되었다.
내 몸 상태를 느낌으로 점검했을 때는 그냥 강화 집에 가서 미음을 먹고 회복식하면 될 것 같았는데, 홍학기 원장과 인천의료원 측, 여러 사람들이 병원에 2~3일 입원해야 한다고 어제부터 강력히 권해서, “그래! 뭐! 고집 피냐! 받아들이자! 느낌도 중요하지만 과학적 조사도 한번 거치자!” 하고는 일꾼교회로 갔다.

나의 단식을 범대위가 이어가기로 결정하고, 첫 주자인 곽현숙 씨(아벨서점 주인)와 홍미영 씨(전 부평구청장)에게 고마움의 인사를 했다.
단식장을 방문한 국회원들과도 대화를 나누고, 앰뷸런스 차로 인천의료원으로 이동했다.
오후 3시 30분쯤 도착했다. 혈압을 재니 정상이다. 키도 재고 몸무게도 잰다. 이것저것 사진도 찍고 코로나 검사까지 한다.
7월 20일 뽑아간 피조사에서는 별 이상이 없다고 한다.

내과 과장이 와서 “혹시 아픈 적이 있느냐” 하고 묻길래, 1919년 코로나 기간 중 통풍으로 고생한 적이 있다고 하니 통풍에 관한 조사를 다시 한다.
요산은 정상 7인데 13으로 나왔다. 좀 더 쌓여 있다는 것이다.
그때 문득 “30일 단식을 했는데도 정상보다 높다? 요산은 단식으로도 잘 안 빠지나?” 하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병원 측에서 특별한 이상은 없다고 해서, “그럼 뭐! 2~3일까지 있을 필요가 있을까? 강화도 농사도 걱정인데 하루만 입원하자” 하고 마음을 굳혔다.
그래! 가자! 하루만 자고 아내의 차를 타고 강화도로 들어섰다. 빨리 논부터 가고 싶었다.
논에 가보니 논이 푸석할 만큼 말라 있었다. 단식장에서도 여러 차례 소나기를 맞았는데, 정작 비가 와야 할 농촌인 강화도에는 비가 오지 않았다.
마침 저수지에서는 물을 내려보내고 있었다. 이때를 놓치면 벼 수확량에 심각한 타격을 입힐지도 모른다. 재빠르게 내려오는 물을 막아 논에 물을 잡았다.

집에 들어가면서 밭을 보니, 고추도 괜찮고 옥수수, 콩, 땅콩도 다 괜찮았다.
다만 단식하러 가면서 풀로 멀칭을 못한 늦게 심은 고구마만 풀에 휩싸여 보이지 않았다.
임정숙 씨가 “밭에 풀이 너무 많아요. 예초기로 풀을 깎아야 되겠어요” 한다.
“안 돼! 지금은 저 풀도 밭이 건조해지는 것을 막고 있어요. 지금은 건조해서 자라지도 않을 테고”

하루 자고 25일 새벽에는 밭에 나가 나의 몸 상태도 확인할 겸 고구마 뿌리를 먼저 찾고, 바로 뿌리 근처의 풀을 뽑기 시작했다.
한 시간쯤 지나니 체력에 힘이 부치다는 신호가 왔다.
그래! 무리하지 말자! 내일 또 하면 되지.

댓글 0

답글 보기
  • 답글
답글 쓰기